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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만으로 지어진 호텔이 있다. 약 181평 규모의 부지 위에 9개의 객실로 구성된 이 공간은, 외벽부터 바닥, 가구 하나하나까지 오직 콘크리트 한 가지 소재로만 마감되어 있다. 벤치도, 화장대도, 침대 프레임도 모두 같은 재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차갑거나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공간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수영장이다. 아치형 구조물이 연속으로 이어지며 만들어진 수영장은, 마치 수백 년 전 지하 어딘가에서 발굴된 유적처럼 보인다.

둥근 아치가 겹겹이 쌓이면서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고, 그 안에 물이 채워지면 전혀 다른 감각의 공간이 펼쳐진다.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더운 날씨 속에서도 이 구조 덕분에 자연스럽게 온도가 낮아지는 효과까지 생긴다.


아치 구조가 불러일으키는 연상은 단순하지 않다. 6세기에 지어진 이스탄불의 지하 저수지, 19세기 런던의 오래된 저수지 건물. 시대도 다르고 목적도 달랐던 두 건축물이 이 수영장 안에서 동시에 떠오른다. 역사적 건축물에 대한 오마주이자, 고대 신전 건축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이기도 하다.


공용 공간에서 객실로 이어지는 동선 내내 콘크리트의 질감은 변하지 않는다. 마감재를 덧대거나 가리지 않고, 소재 그 자체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럼에도 이 공간이 거칠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주변을 감싸는 초록 식물들 때문이다. 회색빛 콘크리트와 짙은 녹색이 맞닿는 지점에서 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인공과 자연이 서로를 밀어내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하나의 풍경으로 완성된다. 단일 소재가 이토록 강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이 공간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증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