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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단독주택, 전용 120평, 5층 구조에 방 5개·거실 2개·화장실 6개. 2인 가족과 아이 하나, 그리고 노견 한 마리가 함께 사는 이 집은 처음부터 ‘일본 감성’을 중심에 두고 설계됐다.
따뜻한 분위기와 와비사비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내는 것, 그것이 이 집의 출발점이었다. 친구와 가족을 자주 초대하는 라이프스타일, 스마트홈 시스템 통합, 유연한 동선 설계, 그리고 드레스룸 안 귀금속 보관함에 지문 잠금장치까지—요구 사항 하나하나가 꽤 구체적이고 섬세했다.
1층 현관

문을 열면 가장 먼저 현관 수납장과 전자식 옷장이 눈에 들어온다. 손님이 여럿 찾아와도 신발과 외투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수납 용량을 넉넉히 확보했다. 현관 벽면에 뚫린 원형 홀이 포인트인데, 안쪽 공간을 살짝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 구조는 일본 전통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시선의 유희’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 집이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님을 직감하게 된다.
1층 응접 공간과 바 공간

1층 공용 공간은 온전히 손님을 위해 설계됐다. 거실과 바 공간, 그리고 좌식 플랫폼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스마트홈 시스템을 통해 영화 감상 모드, 파티 모드 등 상황별 조명 세팅이 가능하다.
중앙 아일랜드 바 전면에는 짙은 초록빛 장방형 가마 변색 타일을 붙였는데, 소파 컬러와 절묘하게 호응한다. 상부 수납장 안에는 공유기와 각종 네트워크 장비가 숨겨져 있고, 칵테일용 얼음통과 탄산수 제조기도 바 공간 안에 함께 계획됐다.

격자 패턴과 원형 홀, 루버 라인이 곳곳에 반복되며 시선이 자연스럽게 공간 안을 흐른다. TV 벽면에는 야키스기(불에 태운 삼나무) 마감재를 사용했다. 고온으로 표면을 탄화시키면 방수·방습 효과가 생기고, 시각적으로는 깊은 검정과 입체적인 나뭇결이 살아난다. 바닥에서 약 20센티미터 높인 목재 플랫폼은 손님이 편하게 앉거나 기댈 수 있는 좌식 공간으로, 와인 냉장고와 진열장을 함께 배치해 실용성도 챙겼다.
2층 거실

2층 거실의 핵심은 소파다. 블록처럼 분리·조합이 가능한 모듈형 소파로, 딱딱한 고지지형과 푹신하게 꺼지는 소프트형 두 가지 쿠션을 선택할 수 있다. 어르신이나 허리가 좋지 않은 가족 구성원도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한 선택이다.

TV 벽면 왼쪽의 루버 수납장은 전자 기기 수납 공간으로 활용되며, 문짝에 통풍 구조를 적용해 열 배출이 원활하다. 서쪽으로 난 창에는 블라인드 커튼과 얇은 망사 커튼을 이중으로 달아 오후 햇빛과 시선을 동시에 차단했다.
2층 다이닝룸과 주방

약 180센티미터 길이의 대형 테이블이 공간의 중심을 잡는다. 식사는 물론 재택근무와 독서까지 소화하는 다목적 테이블이다. 주방에는 서양식 오븐 겸용 레인지와 집중형 버너를 함께 구성했고, 여주인의 키를 고려해 상부 수납장을 하강식 리프트 타입으로 설치했다.

손을 뻗지 않아도 수납장이 내려오는 구조라 실용성이 높다. 테이블 위에는 일자형 펜던트 조명을 달았는데, 색온도와 밝기를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어 분위기 연출이 자유롭다.
3층 안방과 드레스룸

침대는 바닥에서 높인 플랫폼형으로 제작됐다. 노견이 혼자 오르내릴 수 있도록 단차를 낮게 설계한 것이 눈에 띈다. 벽면에는 특수 도료로 달 모양을 조각해 넣었고, 테두리를 따라 색온도와 밝기 조절이 가능한 간접 조명을 둘렀다. 잠수와 캠핑을 즐기는 집주인의 취향이 공간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드레스룸은 슬라이딩 도어로 안방과 분리된다. 샤워나 헤어 드라이어 소리가 수면을 방해하지 않도록 방음과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확보한 구조다. 명품 가방 진열장에는 제습·항온 시스템이 내장돼 있어 습기로 인한 손상을 방지하고, 아일랜드 주얼리 수납장과 주변 유리 진열장에는 모두 지문 인식 잠금장치를 달았다. 청소 인력이 드나들 때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4층 아이 방

현재는 놀이방으로 사용 중이지만, 이 공간은 처음부터 유연하게 설계됐다. 벽면에는 벽지 대신 패브릭 월커버링을 시공해 분위기 전환이 쉽고, 폴딩 침대를 내리면 손님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아이가 자라면 독립적인 방으로 전환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지금 당장의 쓰임새보다 앞으로의 변화를 먼저 생각한 설계다.
5층 다실

5층은 여주인만의 공간이다. 스누피 피규어 컬렉션을 전시하고, 차를 마시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곳. 매립형 다다미 위에 전동 승강 테이블을 설치했고, 싱크대도 함께 배치해 찻잔과 술잔을 바로 세척할 수 있다.

벽면에는 불균질한 질감이 살아 있는 특수 도료를 발라 와비사비 특유의 고요하고 층위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천장에는 원형 조형을 더하고 일본 화지 조명을 매달아 선적인 고요함을 완성했다.
욕실

안방 욕실에는 하강식 대형 욕조와 스팀 사우나가 함께 설치됐다. 원격 제어 기능이 있어 퇴근 전 미리 물을 받아둘 수 있고, 검은색 세면대는 물때가 눈에 띄지 않도록 코팅 처리를 했다. 욕조 옆 원형 압화 유리창 너머로는 마른 정원(가레산스이) 조경이 펼쳐지고, 히노키 목재에서 올라오는 향이 열기와 함께 퍼지며 오감을 자극하는 목욕 경험을 완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