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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베이지 톤을 기반으로 설계된 이 집은, 색 하나로 공간 전체의 온도를 바꿔놓는다. 4인 가족이 살고 있는 이 집의 구석구석을 따라가 보자.
현관

문을 열면 바로 거실이 보이는 구조가 아니다. 목재 곡선 벽이 현관과 내부 공간을 자연스럽게 분리해준다. 딱딱한 직선 대신 부드러운 아치형 낮은 벽을 세워 시선을 막았는데, 이게 단순한 가림막이 아니라 공간에 리듬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현관 옆 자투리 코너는 그냥 두지 않았다. 수납실로 전환해서 캐리어나 청소기처럼 부피 큰 물건들을 깔끔하게 집어넣을 수 있게 했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정돈된 느낌이 드는 건 이 수납 설계 덕분이다.
거실

이 집에서 가장 과감한 결정이 여기서 나온다. 원래 주침실이 있던 자리, 즉 채광이 가장 좋은 위치에 거실을 배치했다. 보통은 안방이 차지하는 그 자리를 공용 공간으로 내어준 것이다. 덕분에 거실은 하루 종일 햇빛이 들어오고, 창밖 풍경도 가장 넓게 펼쳐진다. 가족 모두가 함께 쓰는 공간이 집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갖게 된 셈이다.

천장은 곡선으로 마감해 딱딱함을 없앴고, 조명은 간접등으로 부드럽게 깔았다. 벽면 하단에는 수납장을 넣어 실용성을 챙겼고, 상단에는 집주인이 직접 모은 소품들이 자연스럽게 전시돼 있다. 억지로 꾸민 느낌 없이 생활이 그대로 배어 있는 공간이다.
다이닝룸

원형 테이블과 천장의 둥근 조형이 위아래로 호응하며 공간에 통일감을 만든다. 펜던트 조명 하나가 테이블 위로 내려와 있고, 격국 조정으로 생긴 채광 통로를 통해 자연광이 실내로 깊숙이 들어온다. 식사 시간이 단순히 밥 먹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지는 건 이 빛과 구조 덕분이다.

아일랜드 식탁과 다이닝 테이블을 함께 배치해 공간을 넉넉하게 썼다. 인원이 늘어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아일랜드 내부 구조는 무게를 충분히 버틸 수 있도록 보강 작업을 거쳤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에 공을 들인 흔적이다.
이 집 전체에서 포인트 컬러로 쓰인 색이 있다. 주황빛이 도는 따뜻한 오렌지 계열인데, 세면대, TV 벽, 드레스룸 일부에 조금씩 등장한다. 크림 베이지 바탕에 이 색이 들어오면 공간이 확 살아난다. 과하지 않게, 딱 필요한 곳에만 썼다.
주침실과 드레스룸

‘밝은 거실, 조용한 침실’이라는 원칙 아래 주침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쪽에 배치됐다. 채광보다 프라이버시를 우선한 선택이다. 공용 공간과 같은 목재 컬러를 그대로 이어받아 스타일의 연속성을 유지했다.

드레스룸은 오픈형으로 설계됐다. 옷, 가방, 액세서리가 한눈에 들어오고 꺼내기도 편하다. 내부에는 명품 가방을 위한 전용 수납 공간과 서랍식 수납이 함께 구성돼 있다. 오렌지 포인트가 드레스룸 안에도 살짝 들어와 있어, 아침마다 옷을 고르는 시간이 조금 더 즐거워질 것 같다.
자녀 방

두 아이 방은 각각 침대 플랫폼을 높여 설계했다. 침대 아래 공간을 수납으로 활용하는 방식인데, 좁은 면적에서 수직 공간을 최대한 끌어쓰는 영리한 방법이다. 침대 위 무거운 보 구조물은 곡선 마감으로 처리해 압박감을 줄였고, 그 안에 간접조명을 숨겨 따뜻한 빛이 은은하게 퍼지도록 했다.

두 방 사이 벽에는 유리를 끼워 넣었다. 완전히 막힌 벽 대신 빛이 오가는 구조를 만든 것인데, 각자의 공간은 유지하면서도 답답함은 덜어낸다.
욕실

주침실 욕실에는 욕조가 들어갔다. 세면대와 문턱에 같은 대리석을 써서 소재의 통일감을 줬고, 바닥과 벽에 깔린 테라조 패턴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주욕실과 공용 욕실의 수납장 디자인을 같은 라인으로 맞춰, 두 공간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집처럼 읽힌다.
크림 베이지 하나로 이렇게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걸 이 집이 보여준다. 색을 절제하고, 곡선으로 부드럽게 다듬고, 빛이 가장 잘 드는 자리를 가족 공간에 내어준 것. 그 선택들이 모여 28평을 훨씬 넓고 따뜻하게 만들었다.
